•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제목의 의미
    ESSAY 2024. 11. 23. 21:16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

    넷플릭스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았습니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대략의 줄거리는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아버지를 포함한 다른 경찰들에게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딸 장하빈의 이야기입니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의 긴장감도 좋았지만,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드라마 속  여러 등장인물들 각각의 입장에서 조금씩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상대를 믿거나 믿지 못하고, 믿음이 틀릴 때도 있고, 의심이 맞을 때도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떠오른 궁금증은 제목의 의미였습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읽고 있던 소설  '양손에 토카레프'에서 우연찮게 그 의미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니, 힌트라기보다는 답을 얻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수 있겠네요.
     

    양손에 토카레프

     
    '양손에 토카레프'는 영국 빈민가에서 가난과 방치 속에 살아가는 '미아'라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서 미아는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을 믿고 의지하려 했지만, 반복되는 배신과 버림받는 경험 속에서  점점 마음을 닫게 됩니다. 결국,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죠.
     
    이러한 맥락에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제목의 의미는 하빈과 미아 모두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장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친밀한 이들로부터 배신당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제목은 단순히 배신의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신이 관계 속에서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기고, 또 어떻게 새로운 이해와 용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라는 표현은 그 배신의 가해자가 결국엔 사랑과 신뢰의 대상이었음을 상기시키며, 가장 큰 상처는 때로 가장 큰 친밀함에서 비롯된다는 역설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 '양손의 토카레프'도 슬픈 장면이 많았지만,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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